칼럼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상담위원들의 칼럼입니다.

[박상희소장] 남편의 과다한일로 가장 불화가 생긴 경우(LG사보)

  • 관리자
  • 200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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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는 가정에는 통 관심이 없어요. 모든 것은 나에게 맡기어버리죠. 살림은 물론이고 아이들 양육도 모두 제게 돌려요. 애는 혼자 낳았나요? 밤이고, 주말이고 없이 항상 일!일!일!이죠. 그러고 제가 불만을 말하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철없고 세상물정 모른다고 해요. 일은 세상에서 자기 혼자 하나요? 다른 남편들은 일도하면서 가정도 잘 돌보아요. 전 이제 한시도 더 참을 수가 없어요”

“이 사람은 정말로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 모릅니다. 가정이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만 있다 보니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전쟁터인지를 모르는거죠. 얼마나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밀고 들어오는데요. 정지하고 있다는 것은 제자리를 지키기는 것이 아니라 후퇴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실직이라도 하면 그 땐 얼마나 후회하겠습니까. 저도 힘들어 죽겠는데 부인이라는 여자가 도와주고 쉬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불평만 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하죠”

 상담을 하면서 너무나 흔하게 듣는 부부 간의 대화이다. 물론 요즘은 맞벌이부부도 많고, 여성이 사회활동을 통해 돈을 벌로 남편이 살림을 하는 경우들도 왕왕 있지만 아직은 위와 같은 유형의 부부 갈등이 많다. 이런 갈등은 어떻게 다루어볼 수 있을까?

우선 "부인의 말이 맞다"라는 가정 하에 설명을 해보자. 사실 이 여성의 말은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대로 일은 남편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모든 가장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그런데 위의 같은 유형의 남편들은 항상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라는 말로 모든 자신의 삶의 방식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이런 남편들의 경우 솔직하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내가 늦도록 일을 하는 것은 정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만인가'와 ‘과도히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혹시 자존감의 부족에서 오는 문제는 아닐까’에 대해서이다. 
 우선 항상 저녁 늦게 야근하고, 술모임에 가는 남편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만 일을 하고,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아침형 인간'이 더 많고, 아침형의 사람들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삶의 유형은 자신이 만들어낸 습관이고, 자신이 원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자신의 가정, 건강등의 균형을 잃은 채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로서 낮은 자신의 자존감을 채우고 싶은 욕구에서 오는 강박적 행동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즉,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하고 싶은 일종의 강박적 증세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외모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음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어떤 사람은 돈을 쓰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어떤 사람은 현학적인 지식을 드러내는 것에서 자존감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외모와 돈과 지식에 집착한다. 그러나 수많은 상담사례에서 증명되는 사실은 이런 방식으로는 순간적으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기는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만족스러운 자존감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자존감은 자신의 내면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도리어 끊임없는 내면의 성찰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나오는 건강하고 지속적인 돌봄에서 만족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남편의 말이 맞다"는 가정을 해보자. 그의 이야기 역시 진실이다. 매스미디어의 현란한 가공술로 인해 우리는 항상 화려하고 근사한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포장된 이야기이다. 삶이란 아름답지만 항상 고통과 함께 존재한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대개 살벌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가장들은 맹수와 맨몸으로 싸워 가족을 부양했던 고대시대의 가장과 다를 바 없이 사회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끊임없이 돈을 벌어내야한다는 것은 정말로 고달프고 어려운 일이다. 가장에게는 무능력은 용납되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중단할 수 없다. 그러나 가장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보다 우수하고 젊은 후배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실제로 나는 신촌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매년 몇 개의 명문대 학교정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서 청년들의 실업도 걱정이 되지만, 최첨단의 학문과 기능으로 무장된 그들과 경쟁해야하는 중장년의 가장들의 실업도 걱정스럽다. 경쟁에서 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리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들은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해야하고, 공부해야하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당연히 일은 저녁까지 이어진다. 실제로 술자리에 가기 싫어도 가야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도 힘이 들지만, 가족의 생계라는 눈앞의 목적 앞에서 감정표현도 제대로 할 줄 모르게 키워진 우리의 가장들은 정말로 견디기 어렵다. 남성들의 수명이 대부분 여성보다 짧다는 것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아주 일반적인 예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렇게 아내와 남편 입장 모두가 옳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어야할까?
첫번째로는 서로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갈등은 상황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그래서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자신의 귀를 틀어막은 채 상대방과 대화한다. 아니 대화가 아니라 우긴다. 그래서 자신이 말하는대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한발자국도 해결을 위해서 나아갈 수 없다. 서로 비소모적인 불평과 싸움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귀먹어리식의 경청이 아닌 진정한 경청을 해야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다면 구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서로간의 갈등의 반은 해결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을 배려하고 의견을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고통의 절반 이상을 해결 받는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꼭 상대방이 100% 바뀌게 하기 위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이해해달라는 몸부림인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다음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란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고 모두 소통은 아니다. 부부상담 전문가인 고트만은 처음 방문한 부부들의 대화를 들어보면서 바로 이혼을 할 것인지 회복될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사례로 볼 때 대화중에 비난, 비교, 불평 등이 많은 부부는 이혼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사례에서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서로간의 감정적인 화풀이만 될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화방법을 공부하고 훈련하여, 성숙한 대화의 기술로서 서로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가정에 가장 맞는 대화의 방법을 찾아서 발전시킨다면 부부간에도 타협과 배려의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고, 자녀들에게도 유익한 이익이 많아진다. 
 모든 문제가 당장 다 해결되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 그리고 나의 의견을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성숙한 인간관계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가정은 상처가 있더라도 항상 회복이 있다. 답은 내 안에 있다. 문제보다 '더 큰 나'를 발견하고 훈련할 수 있다면 '문제'는 극복 가능한 것이 되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