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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소장]- part 1. " 넌 '올드보이'의 '몬스터'를 아니? "

  • 관리자
  • 200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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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여자 ,함정에 빠지다

- 넌 ‘올드보이’의 ‘몬스터’를 아니? -

영화 <올드보이>는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문제작, <올드보이>의 날카로운 영상과 그 충격적인 장면들에 찔려 내 마음은 꽤 곤혹스러웠다.  
탄탄한 시나리오, 감독의 스타일이나 기법, 배우의 연기력을 두고 영화관계자들의 많은 평이 쏟아졌지만 나는 또 다른 면으로 <올드보이>를 만났다. <올드보이>를 최고의 영화로 극찬하며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불쾌하고 충격적이며 말초적인 영화로 평가하는 이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올드보이>는 사람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 영화다. 그것은 <올드보이>가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화산 같은 인간의 무의식을 마구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의식의 영역’을 밝혀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의식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모든 것은 무의식의 부분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조차 사실 너무나도 사소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이 무의식 속엔 우리가 인식하고 싶지 않은 것들, 즉 성욕이나 공격성, 분노, 수치심, 죄책감, 두려움, 근친상간의 욕구, 복수심, 심리적 상처 같은 본능적인 욕구가 내재해 있다. 사람이란 아주 무서운 야생의 동물을 자신의 마음속에 가두어놓은 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동물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철창 속에서 항상 탈출 기회를 엿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프로이드는 이 무의식 속에 은폐돼 있는 욕망 가운데 근친상간의 욕구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욕구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 묻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올드보이>는 이렇게 숨겨져 있는 근친상간의 욕구를 영화의 핵심으로 꺼내놓았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최민식의 두 가지 모습이 보인다. '몬스터'와 '오대수'가 바로 그렇다. 오대수는 무척 현실적이다. 반면 '몬스터'는 무자비하고 공격적인 존재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무의식'의 성격과 닮았다. 복수심, 억제하지 못함, 포악, 비굴, 분노, 잔혹함, 근친상간, 성욕, 상처받는 심리가 한데 얽혀 나타난다. 관객은 영화 속의 몬스터와 자신을 심리적으로 동일시하면서 숨어 있던 자신의 무의식적 요소가 건드려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쉽게 드러낼 수 없고 억눌려 있던 감정이 자극받는 순간의 느낌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감정의 변화는 심리치료에서의 경험과 비슷하다.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본인의 무의식이 인식될 때 제각기 다른 현상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무의식과 대면함으로써 오히려 괴로움을 주던 신경증 증상에서 벗어나는가 하면, 반대로 무의식의 세계가 너무 괴로워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도 배우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은 사실상 오대수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가한 후, 의식하지 않던 기억을 다시 명확하게 떠올리면서 자살하고 만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무의식을 터치당한 관객 역시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심리치료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은 감동 또는 정화된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이와 반대로 불쾌한 기분이나 심지어 분노의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이 무의식은 활화산처럼 조용히 끓고 있다가 틈만 나면 의식의 세계로 넘어오려고 한다. 그러나 이 무의식을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일차적인 본능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의식의 영역에서는 이 무의식의 영역이 밖으로 마구 쏟아져 나오지 못하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전통 정신분석학에서 보면 사람에게 일어나는 신경증적인 병이란 바로 이 터져 나오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와 함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이성적인 조절 사이의 갈등에서 기인한다. 이렇듯 개인의 행동마다, 그리고 크게는 각 사회와 문화마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 우리가 이성적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있는 삶의 많은 부분이 우리의 무의식을 끊임없이 터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다. 
생활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이런 무의식적 희망과 욕구를 읽어낼 수 있다면 많은 유익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가령 ‘나는 왜 특히 무엇인가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는지?’, ‘나의 인간관계 패턴은 왜 내가 원하지도 않는 형태로 반복되는지?’, ‘사소한 일상생활 중에서도 내가 유난히 상처받은 사건이나 말은 어떤 것들인지?’ 등 여러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고민과 갈등에 직면하게 될 때 더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만난 20대 후반의 P는 완벽한 실력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러나 그녀의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은 모두 P를 가까이하기 꺼렸다. P는 무슨 일에도 버럭 화를 잘 내고, 매우 공격적이었기 때문이다. P는 이런 자신의 성격과 주변의 평가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화를 내지 말고 침착하게 말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일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화를 내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곤 했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 나면 내 마음도 괴롭지만 동료나 후배들이 날 너무 싫어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이젠 그 사람들이 점점 중요한 요직을 맡게 되는데 저와는 한 팀이 되는 걸 자꾸 피하는 것 같아 걱정이 돼요.” 
그녀는 자신이 왜 이렇게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는 성격 때문에 무척 괴로워했다. 
사람은 누구나 공격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유난히 더 공격적인 성격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을 길러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심리학자인 클라인은 ‘어린 아이가 공격성을 보일 때도 엄마는 그 공격성을 받아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엄마 젖을 깨무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를 때리거나 확 밀어내는 등의 보복을 하는 패턴으로 아이를 양육하면 그 아이의 공격성은 해소되지 못한 채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 공격적인 성향이 나온다는 것이다. 도리어 아이의 공격성을 보복 없이 받아준 엄마에게서 자란 아이는 그 공격성을 마음껏 해소했기 때문에 무의식 속으로 내재하는 일 없이 원만한 성격이 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유난스럽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당연히 인간관계도 무난할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공격을 받으면 공격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되고 상대하기 싫어한다. 때로는 되돌려줄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그래서 특히 이런 공격적인 성향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독약이다. 
이렇게 무의식의 내용은 거대한 힘으로 나의 모든 삶과 인간관계를 조종하고 있다. 우리는 내 안에 있는 무의식적 내용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긴다’고 한다. 우선 나를 제대로 알아야만 상대방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을 수는 없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자기 자신의 내부적 심리와 외부적 삶을 잘 정리하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전문 심리상담가를 위한 교육과정에서도 남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전에 우선 ‘자기분석’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밟게 한다.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고 다루는 상담가가 자기의 무의식적인 부분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상담을 하는 도중 서로 무의식적인 흐름이 얽히게 되고, 충돌하게 된다. 이런 상태로는 상대방을 더욱 혼란스럽고 정신없이 만들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알려는 노력, 이것은 타인과의 성숙한 관계를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이다. 


<<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무의식적 측면을 간과하지 말라. ‘나는 왜 특히 그 점에 집착하는지?’, ‘나의 인간관계 패턴은 왜 내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나는 어떤 사건이나 말에 상처받는지?’ 내 안에 있는 무의식적 내용을 찾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