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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소장] 경향신문_질투심에 상대방이 망하길 바란다면? [박상희의 구해줘! 내 맘 (18)]

  • 관리자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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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항상 비교하고 질투하느라 너무 힘들어요

 

편하고 좋기만 한 삶은 드물다
A를 넘어서면 B를 질투하게 되고
또다른 C라는 질투의 대상 나타나
비교와 질투는 끝없는 소모전

결국 자기 존재를 잃어버릴 수도
남들 눈보다 ‘나’에게 집중해야

■이야기

[박상희의 구해줘! 내 맘]질투심에 상대방이 망하길 바란다면?

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명이 넘어요. 일반인치고는 꽤 성공한 거예요. 작년 한 해는 인스타 키우기에 시간, 돈, 에너지 다 몰두한 거 같아요. 팔로워 1만이 넘으니까 광고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고, 예쁘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고, 연락이 뜸하던 사람들한테도 연락이 오고 즐겁더라고요. 한동안은 유명인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울해지는 거예요. ‘내가 왜 이러지?’ 하고 고민해보니까 ‘난 가짜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스타에 몰두하면서 진짜 인플루언서들을 보게 되는데 ‘나는 뽀샵으로 얼굴도 몸매도 다 바꾸는데 쟤들은 생얼이고, 나는 다 설정 샷인데 쟤들은 일상 자체가 화려하고 멋지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하루 종일 너무 우울하고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요.

정말로 우울해지면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가요. 주로 쁘띠 시술을 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성형수술을 하기도 하죠. 월급의 반은 관리에 쓰는 거 같아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사진을 올릴 때 칭찬 댓글이 제일 많아요. 그런데 며칠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가 며칠은 죽고 싶을 정도로 우울해져요. 이런 게 조울증인가요?

얼마 전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결혼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예비 남편이 직장도 좋고, 집안 경제도 여유 있어서 이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신부 수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세상에 신부 수업하느라고 직장 그만 두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신부 수업은 도대체 뭘 하는 거예요? 다들 축하해 주고, 궁금해 하고 난리였죠.

그런데 저는 최악의 기분이었어요. 사실 걔랑 저랑은 라이벌 같은 사이였거든요. 나이도 비슷하고, 외모도 회사에서 둘이 가장 눈에 띄었어요. 솔직히 뭐든 걔가 조금씩 더 위긴 했죠. 능력도, 학벌도, 인기도요. 저는 축하를 해주지 못한 채 슬슬 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친한 언니가 저랑 커피를 마시면서 “예지(가명)야, 너 좀 더 노력해야겠다. 하영(가명)이가 결혼 엄청 잘하는 것 같더라. 이제 우리랑은 급이 달라지는 거지” 라는 거예요. 그 순간 전 참지 못하고 언니한테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어요. 차에 가서 오열을 했어요. 이런 제가 너무 부끄러워요.

제가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에 목을 매고, 남들이 잘되는 걸 배 아파 하는 사람이 된 건 제 가정환경 때문인 거 같아요. 부모님이 결혼하셨을 때 엄마는 유복한 집 막내딸이었고 아빠는 가난한 집 수재였어요. 아빠 쪽이 너무 가난하니까 외가에서 반대를 했는데 엄마는 그 반대를 무릅쓰고 아빠와 동거를 했어요. 그리고 저와 제 남동생이 태어났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용기 있는 결혼의 현실이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에요. 아빠는 머리는 좋았지만 게으른 한량이었고, 게다가 바람도 피웠어요. 아빠밖에 없던 엄마의 삶은 불행했죠. 엄마는 생활이 어려우니까 반찬가게를 했는데 안타깝게 몇 년 전 위암에 걸렸어요. 초기라서 다행히 완치되었지만 몸고생, 맘고생 너무 많이 했어요.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제게 “니가 엄마의 희망이다. 엄마 인생도 실패가 아니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고 했어요. 사람들을 만나면 열 배쯤 과장해서 제 칭찬을 했어요. 반에서 1등을 했으면 전교에서 1등을 했다는 식으로요. 저는 늘 잘나야 했고, 인정받아야 했고, 엄마의 자랑거리가 돼야 했어요.

그렇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저의 그런 정신승리만으로 절대로 최고가 될 수 없더라고요. 누군가에 대한 질투의 마음이 생기면 아주 미칠 것 같아져요. 24시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고, 그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고, 심지어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어요. 이런 제가 너무 싫고, 너무 힘들어요.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영화 ‘어바웃 타임’의 한 장면.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무관합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상담

예지씨, 질투라는 감정은 솔직하게 꺼내놓기 어려운데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누군가를 질투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보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기 어려워요. 자신의 열등함을 시인하는 것이기에 마음 또한 괴롭고요.

질투가 삶의 동력을 끌어내거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고 말하는 심리학자들도 있기는 해요. 하지만 내게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나 나를 모르는 사람을 질투해서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에요. 마음의 평화가 행복의 기본 조건인데, 질투의 감정은 그 마음을 요동치게 하기 때문에 행복의 상태와는 거리가 멀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질투심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예요. 저 역시 당연히 질투를 해요. 다만 전 제 질투의 감정으로 인해서 삶이 고통스러운 지경에 빠지지는 않아요. 많은 상담을 해오면서 편하고 좋기만 한 삶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끝나지 않는 게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A를 질투해서 그를 넘어서면 더 센 B가 나타나요. B가 사라지면 더 잘난 C가 나타나죠. 비교는 끝없는 소모전일 따름이에요.

예지씨 이야기로 돌아가 볼 게요. 예지씨는 질투심 때문에 많이 우울하고, 24시간 내내 괴로울 때도 있다고 했죠. 질투의 대상들이 망가졌으면 좋겠고, 심지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예지씨가 힘든 건 당연해요. 누군가를 계속 미워해야 한다는 건 지치는 거예요. 자책감과 죄책감도 느껴야 하구요.

제가 보기에 예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불행을 보상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어요. ‘역기능 가정’에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역할들을 맡게 돼요. 어떤 아이는 ‘영웅’ 역할을, 어떤 아이는 ‘희생양’ 역할을, 그 밖에도 ‘어릿광대’ ‘성자’ ‘문제아’ 등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위태위태한 가족을 지탱해 나가게 된답니다.

예지씨는 영웅의 역할을 맡았던 것 같아요. 큰 성공을 거둬야만 하는 아이죠. 성공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라 해도 별 볼 일 없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아이예요. 영웅이 되려고 발버둥치는 게 버거운데 손쉽게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는 건 예지씨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수시로 질투의 감정이 생겼을 거예요. 과도한 기대가 벅찼을 ‘어린 예지’가 무척 안쓰러울 따름이에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런 끝없는 비교와 경쟁과 질투를 당당히 마주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시인 기형도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에서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질투가 빼앗아 가는 것은 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에너지를 다 남에게 쏟기에 내 자신에게 쏟을 에너지는 정작 없는 거예요. SNS에 집착한다고, 성형을 계속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랍니다.

예지씨는 본인을 사랑하나요?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해요. 세상에 하나 뿐인 유일무이한 내 자신을 두고 다른 이에게 몰두해 사는 것은 결국 어리석은 생각일 거라고 믿어요.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예지씨를 기다리고 또 응원할게요.

■제언

비교와 경쟁의 문제는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다. 앞서 심리적 차원을 이야기했지만, 사회적 요인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경쟁하고, 비교하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몇 명이나 마음 평화롭게 살 수 있을까? ‘저들이 쉽게 가진 것을 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질 수 없다’ 라는 절망감은 무력감과 분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 조사를 보면, 우울 위험은 20대 여성에게, 자살 생각은 20대 남성에게 가장 높게 나타난다. 현재 20대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경쟁을 강요당한 세대다. 젊은 세대를 위한 마음 돌봄의 시스템은 이제 국가적, 사회적 과제라 할 만하다.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박상희 소장은



이화여대에서 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이화여대 출신 30여 명의 상담학 석·박사들과 함께 전문적 심리상담과 코칭에 주력하는 샤론정신건강연구소를 창립해 18년째 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방문학자로 다양한 연구에 참여했다. 한국열린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사진/기사 출처: 경향신문>

<기사원문>▶ https://www.khan.co.kr/life/health/article/202207291625015

[Youtube 박상희의 심리 스튜디오]

▶ https://youtu.be/IPd0Kq46Mm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