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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소장] 경기신문 특별기고_의무감에 시달리는 사람

  • 관리자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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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의무감에 시달리는 사람

 

2016년 03월 01일  19:54:11   전자신문  17면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오늘의 제목은 ‘의무감에 시달리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아, 맞어! 나도 정말 의무감에 시달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실 것 같아요. 그 말은 많은 분들이 정말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여러분, 어느 정도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건강한 스트레스가 삶을 더 활력 있게 하니까요,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잘 해결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과도한 의무감,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해야 해!’라는 어떤 왜곡된 생각에 빠지신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내담자 중의 한 분은 목사님 아들이었는데요, 이 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해! 나는 목사의 아들이니까 착해야 해. 나는 목회를 도와야 해. 나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 해. 나는 조금도 말썽을 부리면 안 돼. 엄마 아빠를 언제나 도와야 해.” 이런 생각에 과도하게 신경을 많이 쓰고 의무감을 느껴왔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그걸 잘 중화해야 되는데 그 생각에 너무 시달려서, 결혼을 해서 내 아내가 있고 내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내와 자식과 맺어야 하는 곤고한 관계보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졌던 내 엄마 아빠와 맺는 그 관계의 곤고함이 훨씬 더 강했다는 것이죠. 이 관계에 문제가 생길 만큼요. 물론 목사님 아들이 아니고도 ‘내가 착해야 되고, 괜찮은 사람이어야 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선생님의 아들 딸들, 정치가의 아들 딸들…. 아주 많겠죠. 이분 역시 그런 분들 중의 한분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성인이 되었고, 부모님이 은퇴하셨기 때문에 충분히 내 삶에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님의 스케줄도 다 본인이 관리해서 모셔다 드려야 했습니다. 병원도 모셔다 드려야 되고, 시장도 봐 드려야 되고, 아버님·어머님의 친구들 행사도 다 챙겨야 되고….

이렇게 과도한 의무감에 시달리다 보니까 당연히 부부간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과의 상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말 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작업했는데도 이 분의 행동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작업을 하던 날, 이분이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하셨어요. “소장님, 저는 사실은 몰랐던 게 아닙니다. 알고 있었어요. 제가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사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그런데 내 편이 필요했던 거예요. 정말 저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 본인의 삶을 살아도 된다. 그것이 죄가 아니다, 라는 것을 한결같이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내가 이렇게 희생하고 살지 않으면 뭔가 죄를 짓는 것 같고, 벌을 받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상담사가 옆에서 지쳐하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계속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아도 됩니다. 당신의 인생이 더 중요합니다. 여태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됐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 맨 처음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점차로 점차로 ‘아, 내 삶이 더 중요하지. 나는 최선을 다했지. 내 가족이 중요하지.’ 이런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또 해서 이제는 좀 놓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혹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아는 이거 해야 해. 과도하게 의무감에 시달리는 분이 계시다면 이제는 좀 놓아도 된다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만들어낸 의무감, 책임감에서 좀 놓이셔서 이제 좀 행복한 나의 삶,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사셨으면 합니다).이제는 과도하게 나를 괴롭히고 내가 시달렸던 짐들, 놓으십시오. 놓으시면 훨씬 행복해집니다.



※이 글은 넷 향기에서 발췌 했습니다.

 

<사진/기사 출처: 경기신문>

<기사원문>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