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활동] 샤론북클럽 4월의 책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_ 김진영 위기상담팀장
- 관리자
- 2025-04-04
샤론북클럽(영미책방 시즌2)
매월 한 권의 책으로 나누는 상담의 이론과 적용 이야기
샤론북클럽 4월의 책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
(토머스 조이너 지음, 황소자리 출판)
- 김진영 위기상담팀장 진행 -
이 책을 추천받고 어떠셨나요. 제목이 너무 직접적이라 놀라지는 않으셨나요?
저 역시 제목이 주는 강렬함 때문에,
책상 주변을 오가는 아이의 눈에 띌까 조심스러워 책을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책의 역자는 “자살에 관한 책의 번역을 맡는 마음이 조금 이상했다”(p.281)고 회고합니다.
저도 위기상담팀으로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고자 이 책을 펼쳤지만,
소개글을 쓰기 위해 다시 읽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전에 밑줄을 그어두었던 책의 마지막 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상실이 자살이었다면 이 책에서 제시한 이유들로 인해 더욱 처절할 수 있다.
아버지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느 주차장에 세워놓은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은 채
혼자 보내셨다는 것이 슬프다.
아버지가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세상 전체로부터 버려졌다는
(잘못된) 생각을 안고 돌아가셨다는 것이 슬프다.
어머니와 여동생들과 내가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다 진실을 발견하고 더욱 괴로웠던 것이 슬프다.
한 가닥 의식이 남아있던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뒤늦게 그 결정을 뉘우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아버지가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셨다는 것이 회한이 된다.” (p.275–276)
이 인용문은 책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입니다.
토머스 조이너는 아버지의 자살 이후 그 죽음을 이해하고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진지한 탐구의 결과가 바로 『왜 사람들은 자살하는가』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9년 전, 상담심리사 수련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수퍼바이저의 감독 아래 ‘자신이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다’고
토로한 사례를 지도받은 적이 있습니다.
수퍼바이저는 평소 엄격하고 냉철한 분이셨습니다.
수퍼비전 보고서를 한참 읽으시며, 최근에 본 내담자 중 자살 위험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하셨고
실제로 실행에 이를 수도 있다고덧붙였습니다.
심리검사지와 축어록을 살펴보시던 그분은 잠시 침묵한 뒤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이 내담자는선생님을,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거예요.’
책을 추천해 주시면서 건네신 말씀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를 자살로 떠나보낸 아들이자, 이를 연구해온 임상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유전학과 신경생물학, 정신병리학, 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 주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담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본문 속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문장들과 함께 이중적인 결을 만들어냅니다.
조이너는 뒤르켐과 슈나이드먼 등 기존의 이론을 넘어서
자살을 관계의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자살에는 먼저‘죽음에의 욕망’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 욕망은 두 가지 심리 상태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짐이 된다는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좌절된 소속감입니다.
여기에‘치명적인 자해를 할 수 있는 습득된 자살 실행 능력’이 더해질 때,
자살 사고가 실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만난 내담자가 호소한‘짐이 되는 기분’은자살 실행 전,
한 달간 빈번히 나타나는 신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책은 자살이라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주제를 데이터에 기반해 치밀하게 설명합니다.
그는 실제 사건을 겪은 당사자로서, 그리고 심리학자로서 그 경험을 이해하려 애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겨진 이들의 감정과 질문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냈습니다.
이 책은자살 위험군을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상담사로서 임상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면,
저자의 안내가 개입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s.위에 언급된 사례는 본인의 검토하에 이 글에 공개되는
데 동의를 받았습니다. (2025년 4월 3일)
- 김진영 위기상담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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